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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최고금리 인하의 전제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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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카이스트경영대학 강태수 교수
등록일 2020-11-16
내용

최고금리 인하의 전제조건

 

카이스트 경영대학 강태수 초빙교수

 

 한때 240만 명에 달하던 대부금융업 이용자가 160만 명 수준으로 줄었다. 법정 최고금리가 24%로 인하된 후 전개된 현실이다. 외면당한 저신용자 서민 80만 명은 어디로 갔을까. 한 사람 한 사람 사정이 다급한 분들일 텐데. 절박한 마음으로 불법사채시장을 기웃거리는 처지가 될 소지가 크다. 불법 사금융 업체 평균 금리는 연 353%에 달한다. 1,000%도 흔하다. 안타깝지만 고리 금융업의 먹잇감으로 전락하는 것이다. 역설적이다. ‘최고금리 규제취지가 금융소외 계층을 위함이 아니던가. 최고금리 인하가 도리어 사채업자의 불법영업을 도와주는 웃지 못 할 상황이 되어 버린 것이다.

 

 최근 금융시장은 역대급 초저금리를 만끽하고 있다.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0.5%, 은행 개인신용대출 금리도 2.4%. 사정이 이렇다 보니 연 24%는 살인적인 고금리로 보인다. 더 낮춰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배경이다.

 

 모든 형태의 가격통제(법정 최고금리, 최저임금제, 분양가 상한제 등)는 예외 없이 소비자 이익을 위협한다. 수백 년간의 경제 현상을 통해 정립된 경제학 개념이다. 프랑스 혁명(1789~1794)을 주도한 막시밀리앙 로베스피에르(1758~1794)의 우유 가격 통제가 한 예다. 인위적 시장개입이 어떤 결과를 낳는지 보여준다. “모든 프랑스 아동은 우유를 마실 권리가 있다.” 우유 가격 50% 인하 지시의 취지다. 서슬 시퍼런 위세에 눌려 우유 값이 잠시 떨어졌다. 하지만 곧바로 급등하게 된다. 농민들이 젖소 사육을 포기하고 육우로 내다 팔아 버린 것이다. 로베스피에르가 이유를 물었다. 농민들은 젖소의 먹이인 건초 값이 우유 값보다 비싸다고 둘러댔다. 그러자 이번에는 건초 값 인하를 지시했다. 건초 생산업자들은 원가도 못 건지는 건초를 불태워 버렸다. 우유 값은 열 배로 폭등했다. 귀족 아이들만 우유를 마실 수 있게 됐다. 결과는 당초 선한 의도와 정반대로 나타났다. 최고금리인하 정책도 서민의 애환을 어루만져 주려는 진정성을 담고 있다. 다만 의도하지 않던 부작용이 초래될 수 있다는 점을 유념했으면 한다.

 

 최고금리 인하가 가야 할 길이라면 결정에 앞서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누군가는 우리 사회 저신용 서민의 금융수요를 충족시켜야 한다. 대부금융업계는 정부를 대신해 사회적 기능을 일부 수행하는 측면이 있다. 급전이 필요할 때 즉시 빌릴 수 있는 금융기관역할을 하고 있다. 대부금융업계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면 정부는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대부금융업의 기능을 인정한다면 과도한 규제가 능사는 아니다.

 

 등록 대부금융업계가 최고금리 인하를 감당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적 배려가 필요해 보인다우선 최고금리에 대한 사회적 합의 수렴을 위해 가칭 법정 최고금리위원회구성을 제안한다. 정부, 학계, 금융소비자단체, 대부금융업계 등이 참여해 심도 있게 논의해 보는 것이다.

 

 다음으로는 대부업계의 자금조달 채널 다양화 요청도 전향적으로 수용할 과제다. 공모사채 발행과 자산유동화 허용을 부정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어 보인다아울러 조달금리를 낮추는 방안도 고려해 볼 수 있다. 일본이 반면교사다. 대금업계의 은행차입 비중이 50~70% 수준이다. 조달금리도 1%대다. 이러한 일본 대금업계의 자금조달 환경은 2010년 이후 최고금리 인하의 영향을 업계가 수용하는 데 버팀목이 되었다미등록 사금융 업체의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규제와 처벌의 강도를 높여 본보기를 세워나가야 한다. 등록 대부금융업계도 자신들에 대한 시선이 여전히 호의적이지만은 않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사회적 책무가 크다는 점에서 뼈를 깎는 노력이 요구된다.

 

 한계 상황에 직면한 저신용 차입자는 우리 사회가 짊어져야 할 아픈 손가락이 될 수 있다. 대부업에서 조차 외면당한 서민을 섬세하게 살펴야 하는 이유다. 국가가 복지정책 차원에서 다룰 영역이기도 하다. 대부업 존재 이유를 부정하면 문제 해결 숙제는 결국 정부 몫이 된다.

 

< 이 글은 협회가 카이스트 경영대학 강태수 교수로부터 기고를 받아 게재한 기고문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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