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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최고금리 인하, 이젠 신중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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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금융의 창 박덕배 대표
등록일 2021-01-07
내용

최고금리 인하, 이젠 신중할 때

  

금융의 창 박덕배 대표

  

 최근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당정협의에서 법정 최고금리 인하방안을 논의하면서 2018년부터 대부업법과 이자제한법에서 적용한 최고금리를 현행 24%에서 20%로 인하하기로 했다. 다만 시행령 개정에 걸리는 시간과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불확실성 해소 예상 시점 등을 고려해 올해 하반기부터 시행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추가 인하의 논의는 20206월 수준의 경제여건을 전제로 추가 인하로 발생하는 이자경감의 득()이 금융소외 확대에 따른 불법사금융 이용의 실()보다 더 크다는 논리적 근거에 두고 있다. 득의 측면에서 20203월말 기준 20% 초과금리 대출을 이용하던 239만 명 중 약 87%208만 명의 이자부담이 매년 4,830억 원 경감하는 것으로 추정하였다. 반면 실의 측면에서 나머지 약 13%31.6만 명은 대출만기가 도래하는 향후 3~4년에 걸쳐 민간금융 이용이 축소되고, 이 중 약 3.9만 명의 2,300억 원이 불법사금융을 이용할 수 있다고 추정하고 있다. 수치적으로 득이 실보다 더 크게 계산되고 있다.

 

 추정을 위한 여러 가정들의 적합성 여부는 차지하고라도 여기에는 근본적으로 추가 금리 인하로 민간 자금 공급자의 행동이 일정하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사실 우리는 최근 최고금리 인하로 자금 공급업자의 대출 승인률이 어려운 저신용 고객을 대상으로 크게 감소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앞으로 만일 4%p의 큰 폭 인하가 단행될 경우 저신용자 대상의 대출이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 결국 일부 저신용자들은 정책 서민금융에 의해서 흡수되겠지만 상당수가 불법사금융에 빠질 수 있다. 등록대부업과 불법사금융간 수요특성이 유사하기 때문에 등록 대부업체 이용자가 불법사금융으로의 이동이 쉽기 때문이다. 금융소외 규모와 불법사금융에 빠지는 가능성은 동태적으로 생각했을 때 훨씬 크게 나타나는 법이다.

 

 한편 최고금리 20% 수준이 우리나라 경제여건에서 합당한가에 대한 문제도 있다. 만일 최고금리가 20%로 정해진다면 이는 세계에서 가장 낮은 일본과 동일한 수준이다. 과연 우리나라와 일본의 최고금리 수준이 동등할 정도의 경제적 여건인지도 생각해 보아야 한다. 일반적으로 한 국가의 금리수준은 경제이론에서의 피셔방정식을 근거로 경제성장률과 물가수준의 합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지난 2000년부터 2019년까지 20년간 연평균 경제성장률은 우리나라는 4.1%인 반면 일본은 0.9%이다. 같은 기간 소비자물가상승률의 경우 우리나라는 2.4%, 일본은 0.1%이다. 이런 점들이 반영되어 20년간 양국의 장기금리 수준은 큰 차이를 보여 왔다. 그 기간 동안 우리나라의 10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20년간 연평균 4.3% 정도, 일본의 10년 만기 정부채의 금리는 연평균 0.9%로 큰 차이를 보였다. 당연히 각국 중앙은행의 정책 금리도 그 만큼 차이가 나게 운용되었다. 우리나라는 높을 때는 5%, 일본은 0.5% 수준으로 운용되었고, 지금과 같은 코로나19 위기에서는 우리나라는 0.25%, 일본은 -0.1% 수준으로 운용되고 있다. 이처럼 양국 간의 금리 수준을 반영하는 기초여건이 크게 달라 실제 장기금리와 중앙은행의 정책금리도 큰 차이를 보이고 있지만 유독 최고금리 만큼은 같은 수준이 된다는 점도 경제적 논리에 합당하지 않다. 그만큼 최고금리 수준에 왜곡이 발생하게 되고, 이 경우 부작용이 클 수 있음을 시사한다.

 

 경제여건에 맞지 않은 무리한 최고금리 정책으로 인하여 불법사금융 이용자가 많아질수록 경제적·사회적 비용은 매우 커지게 된다. 경제적으로 불법사금융 이용자들이 부담하는 이자비용은 단순 생각하는 것보다 매우 높다. 참고로 한국대부금융협회 소비자보호센터에서 불법사금융 피해자의 의뢰로 계산한 자료에 따르면 2019년 불법 사금융 금리는 평균 연 212% 정도이다. 경제적 비용뿐만 아니라 사회적 비용이 오히려 더 컸음을 과거 일본의 사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일본의 경우 2006년 대금업 관련 3법 개정 및 단계적인 시행(2010.6월 전면시행)의 여파로 최고금리가 크게 떨어지자 대금업체들은 즉시 심사를 강화하면서 공급 규모를 축소시켰다. 이로 인해 금융소외 계층이 크게 증가하였다. 그 틈을 타 불법사금융이 빠르게 확대되면서 합법 이자율의 7배에서 많게는 288배에 달하는 이자를 징수하거나, 공격적인 추심행위와 폭력 위협 등으로 압박을 느낀 피해자들이 자살하는 등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키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금융소외 현상이 현저하게 증대하면서 사회적 불안정성의 문제도 크게 대두되었다. 2000년대 이후 이른바 격차사회로 불리는 심각한 사회양극화 현상에 허덕이고, 정치에 대한 불만도 급증하였다. 한편 영세 대금업체들의 폐업 증가로 인한 고용시장의 불안은 일본 경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던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물론 정책서민금융 강화 등 정부의 노력으로 10여 년 전의 일본 사례를 그대로 따라 가지는 않겠지만 향후 최고금리의 인하에 대해서는 신중할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 정치 논리보다는 각 분야의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하여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형국만은 사전에 막아야 할 것이다.

 

< 이 글은 협회가 금융의 창 박덕배 대표로부터 기고를 받아 게재한 기고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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